<aside> ⚠️ 리플레이 오리진 스포일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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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 한 번도 소녀는 누군가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.

그 어느 날의 카시와기 이오리가 그렇게 말했듯이.

‘그 사람 말이야, 바보같지?’

한눈에 반짝이는 도쿄의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언덕, 그 위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.

불쑥,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녀는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. 사르륵, 새까맣고 긴 머리칼이 빳빳하고 바스락거리는 재질의 병원복 위로 흘러내렸다. 소녀의 머리 위에서 빙긋, 웃고 있는 것은 카시와기 이오리였다. 불쑥 말을 건 그녀는 치마를 정돈하고 소녀의 곁에 앉아 웃었다.

‘언제나 회피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 괴로워하는 주제에 죄책감에 젖어서.’

그녀는 언제나, 키리타니 유고를 두고 마치 벽을 치듯 ‘그 사람’ 내지는 ‘키리타니 유고’라고만 불렀다. 제 친오빠를 부르는 호칭치고는 삭막하다. 하지만, 키리타니 유고를 회고하는 그런 카시와기 이오리의 말투만큼은 이상하게도 짐짓 울고 싶을 만큼 다정했던 것 같다.

‘용서받으려고 하지조차 않는다는 점이 말이야.’

주섬주섬 끌어안은 무릎 위에, 얼굴을 기울여 뺨을 대더니 카시와기 이오리가 한 번 더 빙긋 웃었다. 소녀는 말없이 쌕쌕거리는 숨을 내쉬었다.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.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도. 어쩌면 자신이 카시와기 이오리를 위로해야 하는지조차 종잡을 수가 없었다. 어쩌면 한 번은, 묻고 싶었던 것 같다. 그래서 당신은 키리타니 유고를 원망하냐고. 그렇지만.

그럴 필요가 없다, 라고.

불현듯 소녀는 카시와기 이오리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 깨달았다.

‘……그러네요.’

그 웃는 낯은 누군가를 원망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는 것을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