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앗, 아앗…면 태웠다…!”
“……미사키, 바보.”
부엌에서 냄비를 들고 허둥지둥하는 미사키를 보던 키즈나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. 슬프게도 두꺼운 주방 장갑을 낀 채, 당장 눌러붙어 타 버린 우동 면을 보고 종종거리는 중인 미사키는 그것을 보지 못한 채였다. 식탁 의자를 끌어다 앉고, 아일랜드 식탁에다가 팔꿈치를 댄 채 턱을 괴고 있던 키즈나는 말없이 다리만 덜렁였다. 우동을 만든다고 휴대전화를 챙기는 것도 깜빡 잊고 주방으로 쏠랑 가버린 미사키의 휴대전화에는, 오늘 갑작스런 야근으로 조금 늦는다는 히메미야 유리카의 문자가 떠 있었다. 두 사람이 고된 전투를 치르고, 임무를 수습하고, 뒤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히 같이 먹기로 약속한 우동을 차리기 시작할 수 있던 이유였다.
“다녀왔습니다─아…어머?”
하지만 슬프게도, 차리기 시작했다는 말이 곧 완성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. 귀가 시간이 현저히 늦어져서 마음은 급해졌는데, 전투로 지치고 피곤한 몸은 마음처럼 도통 따라주지가 않는다. 평소답지 않게 잘만 만들던 우동 면을 태워버리질 않나, 파를 썰다 손을 베이질 않나─브람=스토커여서 금방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수습할 수 있었다─, 쯔유를 엎질러버리질 않나. 그들, 아니, 정확히는 미사키 한 명이 엉망진창인 부엌을 간신히 수습하고 제대로 다시 물을 끓이던 찰나에 퇴근한 히메미야 유리카가 집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.
“신발이 두 개네?”
“유리카 씨~…안녕….”
“토와 쨩? 으응? 미사키 쨩은?”
헤실거리며 웃는 키즈나가 먼저 쏜살같이 유리카에게 달려가 답싹 안기고, 그 뒤에서 태워버린 냄비를 든 앞치마 차림의 미사키가 등장하자 유리카는 상황을 파악한 듯 후훗, 하고 작게 웃었다. 사뭇 이 손 많이 가는 어린 오버드들이 귀엽다는 듯한 태도다. 장난기 어린 어조로 묻는다.
“미사키 쨩, 우동을 망쳐버렸니?”
미사키가 금세 시무룩해졌다.
“죄송해요…유리카 씨가 모처럼 일찍 퇴근하신대서, 잘 하고 싶었는데….”
“사실은 오는 길에 키시베 씨한테 들었단다. 두 사람 모두 오늘 전투가 있었다며? 첫 임무도 심지어 무사히 마무리했고. 수고 많았어, 장하네.”
“……유리카 씨……!”
“그러니까 오늘은 외식하지 않을래? 내가 쏠 테니까.”
놀리기도 미안해질 정도로 귀여운 아이들이다. 히메미야 유리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품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. 자, 먹기로 했던 우동 먹으러 갈까?